사진은 나에게 기록이자 철학이었고, 그 시작은 흑백의 세계였다. 1967년에 태어난 나는 대학 시절부터 카메라를 손에 쥐었고, 감성의 결을 흑백으로 표현하기 위해 셔터를 눌렀다. 이 글은 나의 사진 여정을 담은 이야기이며, 흑백사진과 개인 사진전, 그리고 나만의 사진 철학을 돌아보며 지금까지 이어온 여정이다.
대학교 시절, 나는 흑백사진에 깊이 빠져들었다. 1980년대의 시대적 배경 속에서, 컬러보다는 흑백이 감정을 더 선명하게 드러낸다고 믿었다. 그때의 사진은 기술보다는 감성, 구조보다는 분위기였다. 흑백사진은 빛과 그림자의 극명한 대비를 통해, 현실을 초월한 감정의 언어를 표현할 수 있었다. 사람들의 표정, 거리의 질감, 노인의 주름까지—모든 것이 색 없이도 생생했다. 나는 필름을 감고, 암실에서 인화지를 기다리며 사진이 완성되는 그 순간을 소중히 여겼다. 흑백의 한 장면이 완성되기까지, 그 과정은 마치 하나의 수행이었다. 내가 추구한 흑백사진은 단순히 컬러의 부재가 아니라, 여백과 정적의 미학이었다. 그리고 그 감각은 오늘날의 디지털 카메라에도 여전히 살아 있다.
대학교 4학년, 나는 나만의 사진전을 개최했다. 그것은 단순한 졸업 프로젝트가 아니라, 내 내면을 담은 첫 전시였다. 당시 40여 점의 흑백사진을 전시했고, 주제는 ‘거리의 사람들’이었다. 바삐 움직이는 도시의 군중 속에서, 나는 고독과 연결을 동시에 담고자 했다. 전시를 준비하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필름을 수십 롤씩 찍고, 그 중에서 겨우 몇 장만을 골라 인화해야 했다. 인화지 위로 떠오르는 이미지에 숨이 멎기도 했고, 원하는 느낌이 나오지 않아 다시 촬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모든 과정이 내게는 ‘사진가’로서 첫걸음을 내딛는 성장통이자 기쁨이었다. 그 전시는 내 사진 인생의 출발점이 되었고, 이후 수십 년 동안 나를 지탱해주는 기억으로 남았다.
내게 사진이란 단순한 ‘순간포착’이 아니다. 그보다는 ‘지속’과 ‘관찰’의 예술에 가깝다. 누군가는 스냅을 빠르게 누르지만, 나는 오래 바라본다. 그리고 침묵 속에서 프레임을 구성한다. 나는 언제나 질문한다. “이 장면은 왜 찍어야 하는가?”, “이 인물의 감정은 어떻게 시각화할 수 있을까?” 사진은 결국 마음의 반영이다. 기술은 진화했지만, 사람을 담는 눈은 여전히 본질을 향해야 한다고 믿는다. 흑백사진을 통해 배운 가장 큰 교훈은 ‘간결함’이다. 덜어낼수록 본질이 보인다. 색을 빼니 감정이 드러나고, 장식을 줄이니 메시지가 남았다. 지금도 나는 촬영을 한다. 필름이 아닌 디지털 카메라로, 때로는 스마트폰으로도. 하지만 그 안에 담고자 하는 것은 여전히 같다. ‘느낌’이다. 사진은 결국 나를 드러내는 언어이며, 보는 이를 멈춰 세우는 한 장의 시다.
나에게 사진은 아직도 빼기이다. 필요한걸 담고, 필요없는걸 과감히 제거하는 내사진은 빼기이다.
나는 지금도 사진을 찍는다. 흑백으로, 때로는 컬러로. 그러나 중심에는 언제나 ‘사람’과 ‘감정’이 있다. 대학 시절 시작된 이 여정은 앞으로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사진은 내 삶의 일기장이자, 세상과 소통하는 창이었다. 당신도 사진 속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찾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