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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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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파처럼 2025. 7. 19.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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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나에게 기록이자 철학이었고, 그 시작은 흑백의 세계였다. 1967년에 태어난 나는 대학 시절부터 카메라를 손에 쥐었고, 감성의 결을 흑백으로 표현하기 위해 셔터를 눌렀다. 이 글은 나의 사진 여정을 담은 이야기이며, 흑백사진과 개인 사진전, 그리고 나만의 사진 철학을 돌아보며 지금까지 이어온 여정이다.

1986년

흑백사진에 빠져들다

대학교 시절, 나는 흑백사진에 깊이 빠져들었다. 1980년대의 시대적 배경 속에서, 컬러보다는 흑백이 감정을 더 선명하게 드러낸다고 믿었다. 그때의 사진은 기술보다는 감성, 구조보다는 분위기였다. 흑백사진은 빛과 그림자의 극명한 대비를 통해, 현실을 초월한 감정의 언어를 표현할 수 있었다. 사람들의 표정, 거리의 질감, 노인의 주름까지—모든 것이 색 없이도 생생했다. 나는 필름을 감고, 암실에서 인화지를 기다리며 사진이 완성되는 그 순간을 소중히 여겼다. 흑백의 한 장면이 완성되기까지, 그 과정은 마치 하나의 수행이었다. 내가 추구한 흑백사진은 단순히 컬러의 부재가 아니라, 여백과 정적의 미학이었다. 그리고 그 감각은 오늘날의 디지털 카메라에도 여전히 살아 있다.

개인 사진전, 나를 드러낸 첫 무대

대학교 4학년, 나는 나만의 사진전을 개최했다. 그것은 단순한 졸업 프로젝트가 아니라, 내 내면을 담은 첫 전시였다. 당시 40여 점의 흑백사진을 전시했고, 주제는 ‘거리의 사람들’이었다. 바삐 움직이는 도시의 군중 속에서, 나는 고독과 연결을 동시에 담고자 했다. 전시를 준비하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필름을 수십 롤씩 찍고, 그 중에서 겨우 몇 장만을 골라 인화해야 했다. 인화지 위로 떠오르는 이미지에 숨이 멎기도 했고, 원하는 느낌이 나오지 않아 다시 촬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모든 과정이 내게는 ‘사진가’로서 첫걸음을 내딛는 성장통이자 기쁨이었다. 그 전시는 내 사진 인생의 출발점이 되었고, 이후 수십 년 동안 나를 지탱해주는 기억으로 남았다.

사진철학: 순간보다 지속을 담는 예술

내게 사진이란 단순한 ‘순간포착’이 아니다. 그보다는 ‘지속’과 ‘관찰’의 예술에 가깝다. 누군가는 스냅을 빠르게 누르지만, 나는 오래 바라본다. 그리고 침묵 속에서 프레임을 구성한다. 나는 언제나 질문한다. “이 장면은 왜 찍어야 하는가?”, “이 인물의 감정은 어떻게 시각화할 수 있을까?” 사진은 결국 마음의 반영이다. 기술은 진화했지만, 사람을 담는 눈은 여전히 본질을 향해야 한다고 믿는다. 흑백사진을 통해 배운 가장 큰 교훈은 ‘간결함’이다. 덜어낼수록 본질이 보인다. 색을 빼니 감정이 드러나고, 장식을 줄이니 메시지가 남았다. 지금도 나는 촬영을 한다. 필름이 아닌 디지털 카메라로, 때로는 스마트폰으로도. 하지만 그 안에 담고자 하는 것은 여전히 같다. ‘느낌’이다. 사진은 결국 나를 드러내는 언어이며, 보는 이를 멈춰 세우는 한 장의 시다.

나에게 사진은 아직도 빼기이다. 필요한걸 담고, 필요없는걸 과감히 제거하는 내사진은 빼기이다.

나는 지금도 사진을 찍는다. 흑백으로, 때로는 컬러로. 그러나 중심에는 언제나 ‘사람’과 ‘감정’이 있다. 대학 시절 시작된 이 여정은 앞으로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사진은 내 삶의 일기장이자, 세상과 소통하는 창이었다. 당신도 사진 속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찾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