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의 한 자락, 지리산 품에 안긴 고장 함양. 이곳은 내가 태어나 자란 고향이자, 사진을 통해 세상과 다시 이어지는 나의 정서적 뿌리입니다. 오늘은 함양의 여섯 군데 보석 같은 장소를 소개하며, 그곳에서 찍을 수 있는 사진적 감성과 함께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합니다.
함양을 대표하는 상림공원은 천년 전 최치원이 조성한 인공 숲으로, 고목이 뿜어내는 기운이 마치 시간 여행을 떠나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봄에는 벚꽃, 여름에는 짙은 녹음, 가을이면 황금빛 단풍이 숲을 채우고, 겨울엔 눈 덮인 숲길이 고요함을 더합니다. 이곳은 광각 렌즈로 숲길의 깊이감을 강조하거나, 역광을 활용해 나무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을 담기 좋은 장소입니다.
개평 한옥마을은 조선시대 양반 가옥이 그대로 보존된 한옥촌입니다. 마을을 걷다 보면 기와지붕 너머로 비치는 햇살, 마루에 걸터앉은 고양이 한 마리, 창호지 너머로 드리운 그림자 하나까지도 그림이 됩니다. 인물 사진 촬영 시 전통 의상과 한옥의 조화를 노려보거나, 흑백 톤으로 시간의 흐름을 더해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죠.
최근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대봉산 휴양밸리는 국내 최장의 산악 모노레일과 짚라인 코스를 자랑합니다. 이곳은 그저 ‘타는 곳’이 아니라 ‘담는 곳’입니다. 산등성이를 가로지르는 모노레일 위에서 내려다보는 함양의 전경은 한 장의 항공사진처럼 웅장하며, 가을이면 단풍이 물들어 마치 살아 움직이는 색의 파노라마가 펼쳐집니다.
함양과 인월을 잇는 지안재는 드라이브 명소이자, 포토그래퍼들 사이에서는 ‘빛의 터널’로 알려진 명소입니다. 구불구불한 산길 사이로 석양이 드리우는 시간대에는 자동차 라이트, 나뭇가지, 노을빛이 어우러져 영화의 한 장면처럼 연출됩니다. 장노출 촬영으로 차량의 궤적을 담아보는 것도 인상적인 시도가 될 수 있죠.
거연정은 조선시대 유학자들이 자연을 벗 삼아 시를 읊던 정자입니다. 옛 건축과 계곡의 조화는 마치 수묵화 속 풍경을 연상케 하며, 여름철 맑은 물 위에 정자가 비치는 반영 샷은 이곳만의 명장면입니다. 피사체를 낮은 각도로 촬영하여 반영과 실제를 함께 담아보면 더욱 감성적인 사진이 나옵니다.
함양의 여름을 대표하는 용추계곡과 칠선계곡은 도시의 열기를 씻어주는 피서지이자, 자연 그대로의 색을 담는 사진 명소입니다. 흐르는 물줄기와 자갈, 짙은 녹음의 콘트라스트는 풍경 사진의 기본을 되새기게 하며, 노출 시간을 조절해 물살을 실크처럼 표현하면 계곡의 생동감이 더욱 살아납니다.
사진은 눈으로만 보는 예술이 아닙니다. 마음으로 느끼고, 고향의 향기를 담아내는 창입니다. 내가 자라온 함양, 그 친근한 골목과 들판, 산자락과 계곡이 이제는 카메라를 통해 다시 나에게 말을 걸어옵니다. 이 여섯 곳의 풍경을 따라가며 나만의 프레임으로 고향을 담아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