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매일 사진을 찍고, 또 찍힌다. 여행지에서의 셀카, 맛집에서의 음식사진, 거리의 풍경, 때로는 전쟁터와 참사의 현장까지. 사진은 단순한 기록을 넘어, 인간의 삶과 사고방식, 사회의 구조, 심지어는 기억의 방식까지도 바꾸어놓았다.
미국의 철학자이자 작가, 문화비평가였던 수잔 손택(Susan Sontag)은 사진에 대해 깊은 사유를 남긴 인물이다. 그녀의 대표 저서인 《사진에 관하여(On Photography)》는 단지 예술로서의 사진을 넘어서, 사진이란 매체가 갖는 사회적, 철학적 의미를 고찰한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이 글에서는 수잔 손택의 시각을 통해 '사진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깊이 있게 탐색해보고자 한다.
87년 도서관에서 접한 수잔 손택의 "사진 이야기"란 책을 통하여 지금도 고민하는 사진이란 무엇인가를 말해 보고자 한다.
손택은 사진을 “대상을 포획하고 소유하려는 행위”로 본다. 어떤 풍경, 인물, 순간을 찍는다는 것은 그것을 내 것으로 만들고자 하는 행위이며, 이는 단순한 기록을 넘어 **권력의 작용**이라는 것이다.
"사진을 찍는 것은 대상을 일시적으로 점유하는 일이다. 그것은 보는 것 이상의 행위다."
우리는 여행지에서 사진을 찍으며 그 장소를 ‘갖는다’. 음식을 찍고, 인물을 찍고, 심지어는 전쟁과 고통의 현장을 찍으면서도, 그것을 통해 **세계를 축소하고 통제하려는 욕망**을 드러낸다. 사진은 현실을 담는 것이 아니라, 선택적으로 **절단하고 고정하는** 도구다.
사람의 기억은 흐릿해진다. 그러나 사진은 선명하게 남는다. 손택은 사진이 때로는 기억을 보완하는 도구가 아니라, **기억을 덮어쓰는 기술**이 된다고 경고한다. 즉, 우리는 과거를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사진으로 재생산된 이미지**를 기억하게 되는 것이다.
"사진은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수단이지만, 동시에 기억을 방해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어릴 적 생일파티를 기억하는 이유는, 그때 찍힌 사진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기억보다 사진 속 장면이 더 강하게 각인되어, 기억은 점차 사진에 종속된다. 이는 우리가 과거를 **이미지 중심으로 소비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손택은 사진이 결코 **객관적인 기록물이 될 수 없다**고 말한다. 사진은 어떤 시점, 어떤 구도, 어떤 맥락에서 찍혔는가에 따라 전혀 다른 해석을 낳을 수 있다. 특히, 언론 사진, 전쟁 사진, 기부를 유도하는 인도주의적 이미지 등은 명백히 선별되고 의도된 시각을 담고 있다.
"사진은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어떤 시선을 통해 현실을 재구성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사진은 **이데올로기의 도구**가 될 수 있다. 누가 무엇을 찍을지 결정하고, 어떤 이미지를 공개하고 배포할지를 선택하는 것은 **권력의 문제**다. 사진은 때로 **보여주는 것보다 감추는 것이 더 많을 수 있다.**
손택은 현대 사회에서 너무 많은 이미지가 쏟아지면서, **감정의 피로감**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특히 참혹한 장면이나 고통스러운 현실을 보여주는 사진이 반복되면, 처음에는 충격을 받지만 시간이 갈수록 무감각해진다는 것이다.
전쟁, 기아, 난민, 재난… 이런 이미지를 보는 것은 고통스럽지만, 동시에 안전한 거리에서 바라보는 관찰자적 시선이기도 하다. 손택은 이것을 “**관음증적인 시선**”이라고 비판했다.
"너무 많은 고통의 이미지는 결국 고통에 대한 공감을 무디게 만든다."
사진은 현실을 전달하는 강력한 수단이지만, 반복적이고 무비판적인 소비는 오히려 현실을 왜곡하거나, 무시하게 만드는 역효과를 낳는다.
우리는 직접 여행을 가지 않아도, SNS를 통해 세계 곳곳의 이미지를 본다. 뉴스 사진, 다큐멘터리 사진, 인플루언서의 사진들… 손택은 이를 두고, 우리가 점점 세상을 **경험이 아닌 이미지로 대신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사진은 세상을 확장시켜주기도 하지만, 동시에 실제 경험을 대체하며 **표면적 소비만을 부추기는 경향**도 있다. 깊이 있는 체험 대신, **겉모습의 소비**만이 남는 것이다.
수잔 손택은 사진을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철학적 문제**로 접근했다. 그녀는 사진이 가진 기록성, 왜곡성, 권력성, 예술성을 통찰하며, 우리가 그것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지를 성찰하게 만든다.
사진은 우리가 세계를 보는 방식이자,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동시에 세계를 **편집하고, 감추고, 왜곡하는 도구**일 수도 있다. 손택의 말처럼, 사진은 **현실을 반영하는 거울인 동시에, 새로운 현실을 만들어내는 창조물**이다.
"우리는 더 이상 현실을 경험하지 않는다. 우리는 이미지를 통해 현실을 소비한다." – 수잔 손택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단순히 버튼을 누르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에 대한 **선택**이며, 그 선택은 우리의 의식과 태도, 사회적 위치, 감정까지도 드러낸다.
그러므로 사진을 찍기 전, 우리는 한 번쯤 질문해봐야 한다. “나는 이 장면을 왜 찍는가?” “이 이미지를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은가?” 그리고, “이 사진은 누구의 시선을 대신하고 있는가?”